인사/노무 칼럼
단체교섭 거부 형사처벌 합헌 결정, 회사가 지금 점검해야 할 것
결정의 내용과 실무에서 걸리는 형태
2026년 8월 27일 헌법재판소가 중요한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한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노동조합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한 것입니다. 이 조항을 두고 헌재가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건 자체는 오래되었습니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이 2017년 4월부터 8월 사이 노동조합의 11차례에 걸친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2018년 5월부터 2019년 11월까지는 임금협상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2021년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이 선고되었고,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2022년 3월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 결정이 실무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을 받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헌재는 구제명령만으로는 예방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던 현실에 대한 개선책으로 형사처벌 조항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아래에서 결정의 내용과 회사가 지금 점검할 항목을 정리하겠습니다.
청구인의 주장과 헌재의 판단
청구인은 세 가지를 문제 삼았습니다.
첫째는 명확성이었습니다. 해태나 정당한 이유라는 표현이 모호해서 무엇이 처벌 대상인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헌재는 교섭과 관련된 분쟁의 모습을 입법자가 미리 모두 헤아려 세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보았습니다. 해태는 형식적으로 응하면서 불성실하게 교섭하는 것으로, 정당한 이유는 교섭 의무의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해석할 수 있고, 축적된 판례로 범위가 구체화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는 형벌이 과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노동위원회 구제 절차가 있는데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입니다. 헌재는 구제명령만으로는 예방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고, 법관이 책임에 맞는 형을 정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셋째는 사용자만 처벌하는 것이 평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헌재는 근로자의 권리가 사용자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로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유형 1. 아예 응하지 않는 경우
가장 명백합니다. 이번 사건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유형 2. 자리에는 나오지만 불성실한 경우
헌재가 해태의 의미로 언급한 형태입니다. 참석은 하되 권한 없는 사람을 보내거나, 아무 안도 내지 않거나, 매번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경우입니다.
유형 3.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교섭에 필요한 자료를 아무 설명 없이 주지 않으면 성실교섭 의무 위반이 문제됩니다.
유형 4.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미루는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기 위한 절차 자체를 거부하거나 미루는 것도 단체교섭 거부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본교섭에 들어가기 전 단계라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유형 5. 상대의 자격을 문제 삼아 미루는 경우
노조의 대표성이나 위임 관계를 다투면서 시간을 끄는 형태입니다. 다툴 사유가 있더라도 다투는 것과 응하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유형 6.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
인사와 경영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응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교섭 대상이 아닌 사항도 있지만, 판단을 잘못하면 그대로 혐의가 됩니다.
유형 7. 일정만 계속 미루는 경우
가장 흔합니다. 담당자가 바뀌었다거나 일정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몇 달이 지나가는 형태입니다.
유형별 정리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 교섭 요구 공문을 받은 날짜가 기록되어 있다
☐ 며칠 안에 회신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회신을 서면으로 했다
☐ 우리 쪽에서 제시한 일정이 남아 있다
☐ 실제 개최일과 참석자가 기록되어 있다
☐ 회의록을 작성하고 있다
☐ 우리 쪽 제시안이 문서로 남아 있다
☐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처리 내역이 있다
☐ 거부한 자료가 있다면 그 사유를 서면으로 밝혔다
☐ 교섭 담당자에게 결정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나 고소를 당한 적이 없다
회사와 노조가 각각 준비할 것
먼저 절차가 두 갈래로 간다는 점을 짚겠습니다.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 절차와 형사 절차는 별개입니다. 구제신청은 부당노동행위가 있은 날부터 3개월 안에 해야 하고, 형사는 고소나 고발로 시작됩니다. 구제명령을 받아 이행했다고 해서 형사 사건이 사라지지 않고, 반대로 형사에서 정리되었다고 구제 절차가 끝나지도 않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형사 조항의 위헌 여부가 정리되었으니, 앞으로 노조가 두 절차를 함께 쓰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회사 쪽에서 준비할 것은 한 가지로 모입니다. 기록입니다.
단체교섭 거부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 결국 법정에 올라가는 것은 교섭 경과표 한 장입니다. 언제 요구 공문을 받았고, 며칠 만에 어떤 내용으로 회신했고, 어떤 일정을 제시했고, 실제로 언제 몇 번 만났고, 누가 나갔고, 무엇을 제시했는지가 날짜별로 정리된 표입니다. 이 표가 촘촘하면 성실하게 임했다는 주장이 힘을 갖고, 비어 있으면 아무리 사정을 설명해도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자문에서 가장 먼저 만드는 것도 이 표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교섭 요구를 받으면 며칠 안에 서면으로 회신한다는 사내 기준을 정해 두시라고 권합니다. 담당자 개인의 판단에 맡기면 반드시 빈칸이 생깁니다.
정당한 이유를 주장하실 계획이라면 한 가지 더 유의하셔야 합니다. 그 사유가 그 시점에 실제로 존재했다는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조사 단계에서 뒤늦게 정리한 이유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셨다면 그 시점에 그 취지를 서면으로 통지하고 어떤 절차를 진행했는지가 남아 있어야 합니다.
자료 제출도 짚겠습니다. 노조가 요구하는 자료를 모두 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교섭에 필요한 범위라면 성실교섭 의무의 내용이 됩니다. 줄 수 없는 자료라면 왜 줄 수 없는지를 서면으로 밝히고, 요약본을 주거나 열람하게 하는 식의 대안을 제시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아무 설명 없이 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절차 요건을 다투실 사정이 있더라도 절차 자체는 진행하면서 다투셔야 합니다. 절차를 멈춰 두고 다투면 그 기간이 그대로 해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립니다. 이 사건에서 조사를 받는 사람은 실무 담당자가 아니라 대표나 임원입니다. 이번 사건도 임원이 기소되었습니다. 그래서 회사 차원의 대응과 별개로 개인의 형사 위험을 처음부터 함께 보셔야 합니다.
노조 쪽에서 상담을 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요구한 사실이 남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구두나 전화로만 요구하면 나중에 요구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에 부딪힙니다. 공문이나 내용증명으로 요구하고, 회신이 없으면 그 사실을 다시 기록으로 남기십시오. 구제신청 기한이 3개월이라는 점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예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결정의 취지는 교섭을 성실하고 적시에 하라는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은 교섭에 응하되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요구를 받으면 며칠 안에 회신하고, 일정을 제시하고, 자리에 권한 있는 사람을 보내고, 회의록을 남기는 것만으로 이 조항의 위험은 대부분 사라집니다.
단계별 점검 항목
교섭 관련 공문과 메일을 날짜순으로 그대로 보내 주십시오. 정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정리 과정에서 불리해 보이는 문서가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문서가 전체 흐름을 설명하는 열쇠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조사 통보를 받으셨다면 진술 전에 먼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결정으로 단체교섭 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위헌 논란이 정리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조항을 다투는 방향은 조항 자체가 아니라 우리 회사가 실제로 성실하게 임했는지로 옮겨 갑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기록으로 이뤄집니다.
저희는 사건을 많이 맡지 않습니다. 공문과 회의록을 날짜별로 맞춰 경과를 세워야 하는 사건일수록, 한 사건에 쓸 수 있는 시간이 결과를 바꾼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적게, 더 깊이. 저희가 일하는 방식입니다.
법률사무소 정로 / 서울 서초동 | 인사노무, 기업자문, 형사사건, 민사소송
FAQ
Q. 헌재가 무엇을 판단한 것인가요?
A.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한 사용자를 처벌하는 노동조합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2026년 8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이며, 이 조항에 대한 헌재의 첫 판단입니다.
Q. 처벌 수위는 어떻게 되나요?
A.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이 선고되었습니다.
Q.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을 이행하면 형사는 끝나나요?
A. 아닙니다. 두 절차는 별개로 진행됩니다. 헌재도 구제명령만으로는 예방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형사처벌 조항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Q. 자리에는 나갔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헌재는 해태를 형식적으로 응하면서 불성실하게 교섭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권한 없는 사람을 보내거나 아무 안도 제시하지 않으면 문제가 됩니다.
Q. 노조가 요구하는 자료를 전부 줘야 하나요?
A. 전부는 아닙니다. 다만 교섭에 필요한 범위라면 성실교섭 의무의 내용이 됩니다. 줄 수 없다면 사유를 서면으로 밝히고 요약본이나 열람 같은 대안을 제시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다투는 중인데 교섭을 미뤄도 되나요?
A. 위험합니다. 절차 자체를 거부하거나 미루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다투시더라도 절차는 진행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조사를 받게 되면 누가 대상인가요?
A. 실무 담당자가 아니라 대표나 임원이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사건도 임원이 기소되었습니다. 회사 대응과 별개로 개인의 형사 위험을 함께 검토하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