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 칼럼
계약서 없이 거래처에 물품을 납부하는 경우 생길 수 있는 법률문제, 계약서 작성시 불리한 조항과 검토 받을 사항
계약서 없이 거래하면 무엇이 문제되는가?
거래처와 몇 년째 거래하는데 계약서가 없다는 회사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처음에는 금액이 작았고, 서로 믿는 사이였고, 계약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어색해서 미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대금이 밀리기 시작합니다.
먼저 말씀드리면 계약서가 없어도 계약은 성립합니다. 구두로도 성립하고 주문 메시지 하나로도 성립합니다. 문제는 성립이 아니라 증명입니다.
그런데 계약서가 없을 때 정말 위험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물품대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입니다. 일반 채권 10년, 상사채권 5년보다 훨씬 짧습니다. 몇 년 쌓인 외상을 정리하려고 오셨다가 앞부분이 이미 지나간 것을 확인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계약서 없이 거래할 때 생기는 문제와, 계약서를 쓸 때 조심해야 할 조항을 정리하겠습니다.
소제목 1. 계약서 없이 거래하면 무엇이 문제되는가
문제 1. 금액 자체를 다툰다
단가가 얼마였는지, 수량이 맞는지, 언제까지 주기로 했는지를 상대가 부인하면 그때부터 하나씩 증명해야 합니다. 몇 년치 거래를 거슬러 올라가 단가를 맞추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립니다.
문제 2. 시효가 지나간다
앞서 말씀드린 3년입니다. 기산점은 대체로 약정한 지급 기일이 지난 때부터입니다. 지급 기일을 정하지 않았다면 그 시점 자체가 다툼거리가 됩니다.
문제 3. 하자 주장으로 대금이 깎인다
여기서 알아 두실 규정이 하나 있습니다. 상인 간의 매매에서 매수인은 물건을 받으면 지체 없이 검사해야 하고, 하자나 수량 부족을 발견하면 즉시 통지해야 합니다. 바로 발견할 수 없는 하자라도 6개월 안에 발견해 통지해야 합니다. 이 통지를 하지 않으면 계약 해제나 대금 감액,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파는 쪽에 유리한 규정입니다.
문제는 이 규정이 임의규정이라는 점입니다. 계약서로 달리 정하면 그 약정이 우선합니다. 그래서 상대가 만든 계약서에 하자 통지 기간을 몇 년으로 늘려 놓은 조항이 있으면 이 보호가 사라집니다.
문제 4. 누구에게 청구할지 불분명하다
개인사업자와 거래한 줄 알았는데 법인이었거나, 대표가 바뀌었거나, 사업장이 이전한 경우입니다. 계약서가 있으면 당사자가 특정되지만 없으면 이것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문제 5. 재고와 반품을 떠안는다
발주받아 만들어 뒀는데 안 가져가는 경우입니다. 발주 사실이 문서로 남아 있지 않으면 손실을 그대로 떠안습니다.
문제 6. 거래가 갑자기 끊긴다
몇 년간 그 거래처만 보고 설비를 늘렸는데 통보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입니다. 계속적 거래에서 일방적 종료를 다투려면 그동안의 거래 관계가 문서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문제 7. 위탁 제조라면 법 위반 문제까지 생긴다
하도급 관계에 해당하면 발주하는 쪽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서면을 발급해야 하고, 목적물을 받은 날부터 60일 안에 대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계약서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발주자에게는 위반이 됩니다.
문제별 정리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 이 거래처와의 계약서가 있다
☐ 없다면 발주 내용이 문서로 남아 있다
☐ 거래명세서에 인수자 서명이나 도장이 있다
☐ 세금계산서를 정상적으로 발행했다
☐ 대금이 들어온 계좌 내역을 정리할 수 있다
☐ 가장 오래된 미수금이 언제 것인지 안다
☐ 그 미수금이 3년이 지나지 않았다
☐ 최근에 상대가 잔액을 인정한 기록이 있다
☐ 상대가 개인사업자인지 법인인지 확인했다
☐ 하자나 반품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면 그 시점을 안다
☐ 상대가 준 계약서 양식을 검토받은 적이 있다
☐ 앞으로의 거래를 문서화할 계획이 있다
오늘 할 일과 계약서에서 볼 것은?
계약서 없이 거래 중이시라면 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지금까지의 거래를 증거로 만드는 것과, 앞으로의 거래를 문서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먼저 지금까지의 거래입니다.
가장 확실한 자료는 인수증입니다. 거래명세서에 받은 사람의 서명이나 도장이 있으면 납품 사실을 다투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세금계산서와 이체 내역, 발주를 주고받은 메시지가 더해지면 계약 성립과 금액이 대체로 정리됩니다. 다만 세금계산서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발행은 일방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이 실무에서 가장 유용한 방법입니다. 상대에게 채무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잔액 확인서를 받거나, 일부라도 변제를 받거나, 지급 각서를 받으면 시효가 다시 시작됩니다. 거창할 필요도 없습니다. 담당자에게 메시지로 현재 미수금이 얼마인지 확인만 받아도 의미가 있습니다. 시효가 임박한 거래가 있다면 소송보다 이 작업이 먼저입니다.
3년이 코앞이라면 지급명령이나 소 제기로 시효를 끊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의 자금 사정이 나빠 보인다면 판결보다 가압류가 먼저입니다. 판결을 받아도 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앞으로의 거래입니다. 매번 계약서를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거래기본계약서를 한 번 체결해 두고 개별 거래는 발주서로 처리하는 방식이면 충분합니다. 물품 납품 계약서를 처음 만드실 때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은 다섯 가지입니다. 무엇을, 얼마에, 언제 주고, 언제 대금을 받고,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상대가 자기 양식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때 저희가 먼저 보는 조항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검수 조항입니다. 발주자가 인정하는 품질이라는 식의 문구는 사실상 상대에게 무제한 재량을 주는 것입니다. 검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적고, 검수 기간을 며칠로 정하고, 그 기간 안에 이의가 없으면 합격으로 본다는 조항을 넣으셔야 합니다.
둘째, 하자담보 기간입니다. 앞서 본 상법의 규정은 파는 쪽에 유리한데, 계약서로 이 기간을 몇 년으로 늘려 놓으면 그 보호가 없어집니다. 물건의 성질에 맞는 기간으로 조정하십시오.
셋째, 대금 지급 시점입니다. 검수 완료 후 지급이라고만 적혀 있고 검수 기한이 없으면 상대가 검수를 미루는 방식으로 대금을 무한정 늦출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당하는 조항입니다.
넷째, 지체상금과 손해배상입니다. 지체상금 비율이 높으면 며칠 늦은 것만으로 이익이 사라집니다. 손해배상에 상한이 없으면 작은 납품에 회사 전체가 걸립니다.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과다하면 감액될 수 있지만, 감액을 받으려면 소송을 해야 합니다.
다섯째, 상계 조항입니다. 상대가 다른 거래에서 생긴 채권으로 우리 대금을 마음대로 상계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면 받을 돈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여섯째, 해지 조항입니다. 상대만 언제든 해지할 수 있고 우리 쪽 해지 사유는 없는 형태가 흔합니다. 최소한 사전 통지 기간은 넣으셔야 합니다.
일곱째, 독점과 최저가 조항입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곳에 팔지 말라고 하면서 최소 구매 물량은 보장하지 않는 조항, 다른 거래처보다 항상 낮은 가격을 보장하라는 조항이 대표적입니다.
여덟째, 관할입니다. 분쟁이 생기면 상대 소재지 법원으로 가도록 되어 있으면 그 자체가 부담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도급 관계에 해당하는지도 확인하십시오. 제조를 위탁받아 납품하는 관계라면 발주자는 작업 착수 전에 서면을 발급할 의무가 있고, 물건을 받은 날부터 60일 안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며 이를 넘기면 지연이자를 물어야 합니다. 계약서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법이 정한 절차라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오늘은 미수금 목록과 가장 오래된 거래의 날짜를 확인하시고, 이번 주에는 잔액 확인을 받으시고, 이번 달에는 기본계약서를 한 장 만드십시오. 이 세 가지면 대부분의 위험이 정리됩니다.
단계별 점검 항목
의뢰인께 부탁드리는 것
거래원장과 세금계산서 내역, 그리고 담당자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그대로 보내 주십시오. 정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알려 주셔야 할 것은 가장 오래된 미수금이 언제 것인지입니다. 이 사건은 그 날짜부터 계산해서 시작합니다.
계약서를 쓰자는 말을 꺼내면 거래가 껄끄러워질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실제로 다루는 분쟁을 보면, 계약서를 쓰자고 해서 끊어진 거래보다 계약서가 없어서 끝난 거래가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계약서를 요구하는 것은 상대를 의심하는 일이 아니라 두 회사가 같은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맞춰 보는 일입니다.
물품 납품 계약서 한 장이 몇 년치 외상을 지켜 줍니다. 지금 거래가 잘 되고 있을 때가 그 한 장을 만들기 가장 좋은 시점입니다.
FAQ
Q. 계약서가 없으면 대금을 못 받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은 구두로도 성립합니다. 다만 거래명세서와 인수증, 세금계산서, 이체 내역 같은 자료로 납품 사실과 금액을 증명해야 합니다.
Q. 물품대금은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나요?
A. 민법이 정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일반 채권이나 상사채권보다 짧으니 오래된 외상이 있다면 먼저 확인하십시오.
Q. 시효가 곧 지나갑니다.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A. 상대에게 잔액을 인정받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잔액 확인서나 일부 변제, 지급 각서를 받으면 시효가 다시 시작됩니다. 여의치 않으면 지급명령이나 소 제기로 끊어야 합니다.
Q. 몇 달 지나서 하자라고 대금을 안 줍니다.
A. 상인 간의 매매에서 매수인은 물건을 받으면 지체 없이 검사해 하자를 발견하면 즉시 통지해야 하고, 바로 발견할 수 없는 하자도 6개월 안에 통지해야 합니다. 하지 않으면 해제나 감액,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계약서로 달리 정해 두었다면 그 약정이 우선합니다.
Q. 상대가 준 계약서에서 무엇을 가장 조심해야 하나요?
A. 검수 기준과 기한이 없는 조항, 하자 통지 기간을 지나치게 늘린 조항, 검수 완료 후 지급이라고만 하고 검수 기한이 없는 조항, 상한 없는 손해배상, 상대만 해지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Q. 제조를 위탁받아 납품하는데 서면을 안 줍니다.
A. 하도급 관계에 해당하면 발주하는 쪽은 작업 착수 전에 서면을 발급할 의무가 있고 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 안에 대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서면을 요구하시는 것은 정당합니다.
Q. 매번 계약서를 써야 하나요?
A. 아닙니다. 거래기본계약서를 한 번 체결해 두고 개별 거래는 발주서로 처리하시면 됩니다. 그 한 장에 품목과 단가 결정 방식, 납기, 검수, 대금 지급일, 해지 조항이 들어가면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