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 칼럼
병원경영지원회사 계약, MSO 변호사 상담에서 짚는 조항들
계약서에서 실제로 문제되는 조항
상담에서 원장님들이 가장 많이 옮기시는 문장이 있습니다. 진료만 하시면 된다는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계약서는 훑어만 본 채 서명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사고가 나는 지점은 대개 의료법이 아니라 계약서 조항입니다. 공개된 분쟁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2023년 초 개원을 앞둔 치과의사가 경영지원 계약을 맺었습니다. 다섯 달쯤 지나 약속된 인력 지원이 이행되지 않고 마케팅 효과도 없자 그해 8월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그러자 회사가 7억원이 넘는 위약금을 청구했습니다. 계약서에 해지 후 3개월 평균 영업비용의 10배를 위약금으로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월 영업비용이 2천만원이면 6억원이 되는 계산입니다.
원장 측은 이 계약이 의료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서류상 개설 명의가 원장으로 되어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위약금을 절반 정도로 감액했으나 3억원대가 인정되었고, 지식재산권 조항이 유효하다고 보아 병원 상호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그런 조항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조항 1. 위약금
가장 위험합니다. 흔한 문구는 평균 영업비용이나 월 수수료의 몇 배를 위약금으로 정하는 방식입니다. 상한이 없고 산정 기준이 회사에 유리하게 잡혀 있으면 나갈 때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됩니다.
조항 2. 최소 계약기간과 자동연장
3년이나 5년으로 기간을 묶고, 이의가 없으면 자동으로 연장되도록 해 두는 방식입니다. 갱신 거절의 통지 시점을 놓치면 다시 몇 년이 묶입니다.
조항 3. 해지 사유의 비대칭
회사 쪽 해지 사유는 넓게, 원장 쪽 해지 사유는 좁게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약속한 지원을 하지 않아도 원장이 해지할 근거가 없으면 사실상 나갈 수 없습니다.
조항 4. 상호와 지식재산권의 귀속
병원 이름이나 로고를 회사가 만든 경우 그 권리가 회사에 남도록 적혀 있는 일이 많습니다. 계약이 끝나면 그동안 알린 이름을 못 쓰게 됩니다. 환자에게는 병원이 없어진 것과 같습니다.
조항 5. 수수료 산정 방식
정률이라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가 문제입니다. 청구액인지 실제 수납액인지, 비급여를 포함하는지, 최소 보장 금액이 있는지에 따라 금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조항 6. 재무자료 접근권
세무 처리에 필요한 범위인지, 회계 시스템 전체에 대한 무제한 접근인지를 구분해 적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 범위를 두고 다툰 사례가 있습니다.
조항 7. 경업금지와 환자정보
계약 종료 후 일정 기간 같은 지역에서 개원하지 못하게 하거나, 환자 정보와 전산 자료를 반환하지 않는 문제입니다.
조항별 점검표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 계약서 원본을 지금 꺼내 볼 수 있다
☐ 위약금 조항의 실제 금액을 계산해 보았다
☐ 계약 만료일과 갱신 거절 통지 기한을 안다
☐ 내가 해지할 수 있는 사유가 적혀 있다
☐ 병원 상호와 로고의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안다
☐ 수수료의 기준이 청구액인지 수납액인지 안다
☐ 비급여가 수수료 기준에 포함되는지 안다
☐ 회사가 제공하기로 한 용역이 수치로 적혀 있다
☐ 실제로 제공된 용역의 기록이 남아 있다
☐ 재무자료 접근 범위가 목적과 함께 한정되어 있다
☐ 계약 종료 시 환자 정보와 전산 자료의 처리가 정해져 있다
☐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
상담에서 어떤 순서로 보는가
병원경영지원회사 계약은 서명 전에 보는 것과 분쟁이 생긴 뒤에 보는 것의 차이가 다른 어떤 계약보다 큽니다. 앞의 사례에서 보셨듯 조항 하나가 억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서명 전이라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위약금부터 계산해 봅니다. 조항에 적힌 방식대로 지금 예상 매출을 넣어 실제 금액을 뽑아 봅니다. 이 숫자를 보고 나면 대부분의 원장님이 태도가 달라집니다.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감액되어도 남는 금액이 크고, 감액을 받으려면 몇 년의 소송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니 조항 단계에서 상한을 정해 두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다음이 상호입니다. 병원 이름을 회사가 지어 주는 경우 그 권리가 어디에 남는지를 반드시 적어야 합니다. 계약이 끝났을 때 이름을 그대로 쓸 수 있는지가 사실상 병원의 존속과 직결됩니다.
그다음이 용역의 내용입니다. 계약서에 마케팅 지원, 인력 지원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나중에 이행 여부를 다툴 수가 없습니다. 인력을 몇 명 어느 시점까지 배치할지, 월 광고비를 얼마나 집행할지, 보고를 어떤 주기로 할지를 수치로 적어야 합니다. 앞의 사례에서 원장이 밀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약속은 있었으나 계약서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수수료도 정의부터 확인합니다. 매출의 몇 퍼센트라는 문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청구 기준인지 수납 기준인지, 비급여와 급여를 어떻게 나눌지, 미수금은 어떻게 처리할지를 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종료 조항입니다. 어떤 사유로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쳐 끝낼 수 있는지, 종료되면 환자 정보와 전산 자료를 어떻게 넘길지, 경업금지는 어느 범위인지를 봅니다. 시작할 때 아무도 끝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분쟁은 대부분 끝나는 순간에 생깁니다.
여기에 최근 새로 생긴 쟁점이 하나 있습니다. 가맹사업법 적용 문제입니다.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 재판부는 표준화된 진료 프로그램에 통일된 명칭과 용량을 쓰게 하고, 단체 대화방으로 이행 여부를 관리하며, 따르지 않으면 제재를 언급한 사정 등을 들어 실질적인 통제가 있었다고 보아 가맹사업으로 판단했습니다. 다른 재판부는 계약상 진료 판단이 회사의 권한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되어 있고 정보 제공이 교육 수준에 그쳤으며 의사가 재량을 유지했다는 이유로 적용을 부정했습니다.
가맹사업으로 인정되면 정보공개서를 미리 제공할 의무 등이 따르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가맹금 반환 문제가 생깁니다. 아직 상급심이 진행 중이어서 확정된 결론은 아니지만, 계약 형태를 잡을 때 이 부분을 함께 검토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미 분쟁이 생긴 뒤에 오신 경우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상대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에서 회사가 수수료를 기한 내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확인해 보니 청구서 발송이 늦어 생긴 지연이었고, 재무자료 접근권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계약서에는 세무 처리 목적 범위의 열람권만 규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결과 계약 해지와 1억원대 손해배상 청구가 철회되었습니다.
그러니 계약서 문구를 그대로 놓고 실제 있었던 일과 한 줄씩 대조하는 작업이 가장 실질적인 방어입니다. 감정적으로 억울함을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립니다. 앞의 위약금 사례처럼 계약이 의료법 위반이라 무효라는 주장은 생각만큼 잘 통하지 않습니다. 개설 명의가 원장으로 되어 있으면 법원은 그 점을 무겁게 봅니다. 병원경영지원회사와의 분쟁은 의료법 카드에 기대지 말고 계약 조항으로 다투는 것이 정석입니다.
물론 반대 방향의 위험도 함께 봅니다. 회사가 병원의 자금과 인사를 실질적으로 쥐고 있다면 그때는 의료법 문제가 따로 생깁니다. 계약 검토와 적법성 점검은 같이 진행해야 하고, 여기에 특수관계자 사이의 거래라는 점에서 세무 검토도 붙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서명 전이라면 위약금, 상호, 용역의 수치, 수수료의 정의, 종료 조항 다섯 가지를 먼저 보십시오. 분쟁 중이라면 상대 주장과 계약 문구, 실제 사실을 세 열로 놓고 대조하십시오. 이 두 가지가 병원경영지원회사 사건 대응의 뼈대입니다.
단계별 점검 항목
계약서와 그동안 회사가 보낸 보고서, 그리고 계약 전에 받으셨던 제안서나 대화 기록을 함께 가져와 주십시오. 특히 제안 단계의 대화가 중요합니다. 계약서에는 없지만 약속되었던 내용이 거기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서명 전이시라면 서명하기 전에 오십시오. 그것이 가장 저렴한 방법입니다.
병원경영지원회사는 잘 만나면 원장이 진료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방식입니다. 문제는 계약이 대체로 회사 쪽에서 준비한 양식으로 체결되고, 원장님은 개원 준비로 정신이 없는 시기에 서명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계약을 검토할 때 좋은 시나리오가 아니라 끝나는 순간을 먼저 놓고 봅니다. 계약이 끝날 때 병원에 무엇이 남는지를 기준으로 조항을 읽으면, 고쳐야 할 곳이 대부분 보입니다.
FAQ
Q. 위약금이 너무 과한데 감액될 수 있나요?
A.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청구액의 절반 정도로 감액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감액되어도 금액이 크고 그 과정에 소송이 필요하므로, 조항 단계에서 상한을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Q. 계약이 의료법 위반이라 무효라고 주장하면 되지 않나요?
A.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개설 명의가 원장으로 되어 있으면 법원이 그 점을 무겁게 봅니다. 계약 조항으로 다투는 것이 정석입니다.
Q. 계약이 끝나면 병원 이름을 못 쓰나요?
A. 계약서에 지식재산권이 회사에 귀속된다고 되어 있으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호 사용이 금지된 사례가 있습니다. 서명 전에 귀속을 명시하셔야 합니다.
Q. 회사가 약속한 지원을 안 하는데 해지할 수 있나요?
A. 계약서에 원장 쪽 해지 사유가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없다면 불이행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시정을 요구한 기록을 남기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Q. 이 계약도 가맹사업법 적용을 받나요?
A.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표준화된 프로그램과 명칭을 쓰게 하고 이행을 관리하며 제재가 따르는 형태라면 가맹사업으로 본 사례가 있고, 진료 판단이 회사 권한에서 제외되어 있고 정보 제공이 교육 수준이면 부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상급심이 진행 중이라 확정된 결론은 아닙니다.
Q. 수수료 분쟁이 생겼습니다.
A. 수수료의 기준이 청구액인지 수납액인지, 비급여가 포함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그리고 상대 주장이 사실인지 계약서와 실제 기록을 대조합니다. 청구서 발송 지연 같은 상대 측 사정이 원인인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Q. 언제 상담받는 것이 좋은가요?
A. 서명 전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조항 몇 개를 고치는 비용과 분쟁이 터진 뒤의 비용은 자릿수가 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