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칼럼
강제추행으로 고소 당한 경우 어떤 유형이 있고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경찰조사 절차
어떤 행위가 강제추행이 되나요?
고소장이 접수되면 대부분 피해자 조사가 먼저 끝나 있습니다. 상대의 이야기가 조서로 정리된 상태에서 내가 처음 입을 여는 셈입니다.
이 비대칭이 사건의 출발점입니다. 수사관은 이미 한쪽의 시간 순서와 표현을 알고 질문하는데, 나는 무엇으로 고소되었는지도 모른 채 답하게 됩니다. 그 자리에서 나온 문장들이 이후 몇 년을 좌우합니다.
여기에 두 가지 사정이 더해집니다. 하나는 2013년 친고죄 규정이 폐지되어 합의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2023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추행죄의 폭행이나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며 기준을 바꿨다는 점입니다. 예전 기준을 알고 계신 분일수록 오히려 위험합니다.
어떤 행위가 어느 조문에 걸리는지, 그리고 고소장이 접수된 뒤 절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유형 1. 폭행이나 협박이 앞선 경우
붙잡거나 밀치거나 위협한 뒤에 이뤄진 경우입니다. 형법상 기본 유형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유형 2. 접촉 자체가 폭행인 경우
지나가면서 신체를 만지는 것처럼 별도의 위협이 없는 형태입니다. 이른바 기습추행으로 불리며 실무에서 가장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전원합의체 판단 이후 폭행의 정도를 문제 삼는 항변은 힘을 잃었습니다.
유형 3. 상대가 항거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경우
술에 취해 있거나 잠들어 있는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입니다. 강제추행의 예에 따라 처벌되므로 형량 구간은 같습니다. 회식이나 모임 이후에 문제되는 사건 대부분이 여기에 속합니다.
유형 4. 직장이나 학교처럼 관계가 있는 경우
업무나 고용 관계로 자기의 보호나 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력으로 추행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법률에 따라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자가 그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갑니다. 여기서 위력은 반드시 물리력을 뜻하지 않고 지위나 권세도 포함합니다.
유형 5.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벌어진 경우
사람이 밀집하는 장소에서의 추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 조문은 폭행이나 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대신 밀집 상황에서 접촉이 우연인지 고의인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유형 6. 흉기를 지녔거나 두 명 이상이 함께한 경우
특수강제추행으로 5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벌금형이 없어 구간 자체가 달라집니다.
유형 7. 친족 관계인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여기서 친족의 범위는 사실상의 관계까지 포함해 넓게 봅니다.
유형 8. 상대에게 장애가 있는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장애를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다퉈집니다.
유형 9. 상대가 13세 미만인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 연령대에서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성립하고 동의는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유형 10. 접촉에 이르지 못한 경우
미수범도 처벌됩니다. 손을 뻗었으나 닿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문제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유형별 정리
고소장이 접수된 뒤 절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첫 단계는 고소인 조사입니다. 이 시점에는 아직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출석 요구를 받으셨다면 이미 상대의 진술이 정리된 뒤라고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다음이 출석 요구입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하실 일은 무엇으로 고소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짜의 어떤 행위가 문제인지, 어느 조문이 적용되고 있는지를 모른 채 조사에 나가면 답변이 흩어집니다. 고소장의 내용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으므로 조사 전에 파악해 두셔야 합니다.
동시에 증거를 붙잡아야 합니다. 영상이 가장 급합니다. 매장이나 건물, 대중교통의 영상은 대개 몇 주가 지나면 사라집니다. 그날의 동선을 보여 주는 카드 사용 내역과 교통 기록, 함께 있던 사람의 연락처, 그리고 전후에 주고받은 메시지를 모아 두십시오. 강제추행 고소 사건에서 뒤늦게 상담을 오신 분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 이 자료들입니다.
조사에서는 변호인을 참여시킬 수 있고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다만 저는 무조건 거부하시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어느 조문이 적용되느냐가 결과의 대부분인데, 그 판단이 진술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벌금형이 있는 구간과 없는 구간을 오갑니다.
수사관이 확인하는 것은 대체로 네 가지입니다. 상대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그 진술이 영상이나 기록 같은 객관적 자료와 맞는지, 피의자 진술이 일관되고 합리적인지, 그리고 그 행위가 성립 요건을 충족하는지입니다. 앞의 두 가지는 이미 정해져 있고, 뒤의 두 가지가 준비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다투는 지점은 이렇게 나뉩니다.
접촉이 있었는지는 영상과 동선으로 확인합니다. 접촉이 인정된다면 그것이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봅니다. 법원은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인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여기서 성적인 의도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꼭 알아 두셔야 합니다. 그럴 마음이 없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고, 접촉 부위와 방식, 지속 시간, 상황을 놓고 다투어야 합니다.
준강제추행 사안이라면 항거불능 상태였는지가 관건입니다. 술을 마셨다는 사실과 항거할 수 없었다는 것은 다릅니다. 기억이 끊긴 것과 의식이 없던 것도 구분됩니다. 그날의 음주량, 이동 경로, 대화 내용, 이후 행동을 시간순으로 세우면 이 부분이 드러납니다.
밀집 장소 사건이라면 접촉이 불가피했는지가 다퉈집니다. 차량의 혼잡도, 손의 위치, 접촉이 이어진 시간이 자료가 됩니다.
대질조사를 요구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응할지 여부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진술이 확정된 뒤에 하는 것과 그 전에 하는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송치하거나 불송치합니다. 불송치되면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하거나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불송치로 정리되면 전과도, 신상정보 등록도, 취업 제한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찰 단계에서 끝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정리하겠습니다. 고소인에게 연락하는 것, 주변에 사정을 알리며 도움을 구하는 것, 대화 기록을 지우는 것, 그리고 온라인에 억울함을 올리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2차 가해나 협박 문제로 번지고, 마지막은 명예훼손으로 이어져 두 사건을 동시에 안게 됩니다.
무고로 맞고소하는 문제도 자주 물으십니다. 무혐의가 나왔다고 곧바로 무고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성급한 맞고소는 반성이 없다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과가 나온 뒤 자료를 놓고 판단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합의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친고죄가 폐지되어 합의만으로 끝나지는 않지만, 기소 여부와 양형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소입니다. 다만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셔야 합니다.
끝으로 유죄가 되었을 때 남는 것도 미리 보셔야 합니다.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 제한, 이수명령이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직업에 따라서는 이 부분이 벌금 액수보다 훨씬 큰 문제입니다.
상황별 조력 사례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정리한 것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유형에서 영상과 동선 자료로 접촉 자체를 다퉈 불송치를 받은 사례, 밀집 차량에서의 접촉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자료로 정리한 사례, 회식 이후 사건에서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시간대별로 세운 사례, 그리고 사실관계를 인정하되 대리인을 통한 합의와 재발 방지 자료로 기소유예를 받은 사례를 맡아 왔습니다.
출석 요구를 받은 직후에 무엇으로 고소되었는지 확인하고 사라질 자료부터 붙잡았는지 여부입니다. 통지를 받으셨다면 조사 날짜를 정하기 전에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
FAQ
Q. 조사 연락이 왔다는 건 이미 상대 조사가 끝났다는 뜻인가요?
A. 대체로 그렇습니다. 고소인 조사가 먼저 이뤄지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출석 요구가 갑니다. 그래서 무엇으로 고소되었는지 확인하고 나가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끝나지 않습니다. 2013년 친고죄 규정이 폐지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소 여부와 양형에서 여전히 가장 크게 작용합니다.
Q. 성적인 의도가 없었습니다.
A. 성적 의도나 동기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인지를 봅니다.
Q. 세게 잡거나 위협하지 않았습니다.
A.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폭행이나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항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Q. 지하철에서 밀려서 닿은 것인데요.
A. 밀집 장소에서는 접촉이 불가피했는지가 쟁점입니다. 차량의 혼잡도와 손의 위치, 접촉이 이어진 시간이 판단 자료가 되므로 영상 확보가 급합니다.
Q. 무고로 맞고소하고 싶습니다.
A. 무혐의가 나왔다고 곧바로 무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급한 맞고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결과가 나온 뒤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Q. 불송치와 무혐의는 어떤 의미인가요?
A.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로 정리되면 전과도, 신상정보 등록도, 취업 제한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 끝내는 것이 가장 유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