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칼럼
술자리 합석 후 억울하게 성추행 및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한 경우 대처
어떤 죄명으로 정리되는지가 왜 중요한가요?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은 물증이 적고 양쪽의 진술이 사실상 전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두 개의 대법원 판결이 이 사건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나는 2023년 9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강제추행죄에서 요구되는 폭행이나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가 없고,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거부하거나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이면 충분하다는 취지로 종전 판례가 변경되었습니다. 성립 요건이 낮아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2021년 2월 4일 선고된 판결입니다. 준강제추행에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는지는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인정할 수 없고, 알코올 블랙아웃과 의식을 잃는 패싱아웃은 구별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블랙아웃은 기억이 형성되지 않는 현상일 뿐 그 자체가 의식을 잃은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 판결을 나란히 놓으면 방어의 지형이 보입니다. 강제추행으로 정리되면 요건이 완화되어 다투기 어렵고, 준강제추행으로 정리되면 상대방이 실제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어느 죄명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입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술자리에서 실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많고, 상대가 느낀 것이 거짓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과 범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다르고, 그 구분은 감정이 아니라 자료로 이루어집니다.
죄명 1. 강제추행
형법 제298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폭행이나 협박의 정도에 대한 기준이 낮아졌으므로, 요건 자체를 다투기는 이전보다 어려워졌습니다. 이 유형에서는 접촉의 존부와 그 경위를 다투게 됩니다.
죄명 2. 준강제추행
형법 제299조가 적용되며 법정형은 강제추행과 같습니다. 상대방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그것을 이용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술자리 사건에서 상대가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는 경우 이 죄명으로 정리되는 일이 많은데, 앞서 본 판례에 따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죄명 3. 위력에 의한 추행
직장 회식처럼 업무나 고용 관계가 있는 자리라면 성폭력처벌법이 정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검토됩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간입니다.
죄명 4.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대중교통이나 공연장처럼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를 전제로 하므로 일반적인 술집은 대체로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동 중 지하철이나 버스에서의 일이 함께 문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죄명 5. 상해가 결합된 경우
넘어지거나 몸싸움이 있어 상처가 생겼다면 별도의 죄가 더해지거나 구간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죄명 6. 본인이 술에 취해 있던 경우
기억이 없다는 사정이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경우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죄명별 정리
술자리 합석 후 고소 당했는데, 억울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상대방의 상태를 보여 주는 자료가 핵심입니다.
준강제추행이 문제되는 사안이라면 여기에 자료를 집중해야 합니다. 확인할 것은 정해져 있습니다. 상대가 스스로 걸었는지, 대화가 가능했는지, 직접 결제하거나 주문했는지, 화장실에 혼자 다녀왔는지, 이후 스스로 귀가했는지입니다.
이런 사정은 기억으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확인됩니다. 매장과 상가의 영상, 승강기 영상, 카드 결제 내역, 대리운전이나 택시 호출 기록, 그 시간대에 주고받은 메시지가 그것입니다. 이 자료들이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을 가릅니다.
둘째, 영상 확보에는 기한이 있습니다.
술집 내부와 건물 복도, 승강기, 주차장의 영상은 보존 기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그래서 고소 사실을 아신 즉시 확보를 요청하셔야 하고, 필요하면 증거보전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흔한 실패가 영상이 사라진 뒤에 상담을 오시는 경우입니다.
셋째, 합석 경위와 동석자를 정리하십시오.
누가 합석을 제안했는지, 몇 명이 있었는지, 자리 배치가 어떠했는지, 언제 누가 먼저 자리를 떴는지입니다. 동석자의 진술은 이 사건에서 가장 무게 있는 자료인데, 시간이 지나면 서로 이야기를 맞추거나 기억이 뒤섞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초기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여기에서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동석자에게 특정한 방향으로 말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증거인멸이 됩니다. 기억나는 대로 진술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내용을 정해 주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넷째, 접촉 자체를 무조건 부인하지 마십시오.
이 사건에서 가장 자주 보는 실패입니다. 영상에 신체 접촉이 남아 있는데 없었다고 진술하면, 그 부분만이 아니라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무너집니다. 접촉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어떤 경위에서 어떤 성격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설명하는 방향이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확보한 뒤에 진술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다섯째, 사건 이후의 연락 기록을 확인하십시오.
그날 이후에 주고받은 메시지가 있다면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에 따라 그날의 상황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미 있는 기록을 확보하는 것과 지금 연락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고소 사실을 안 뒤에 상대에게 연락하는 것은 2차 가해로 평가되어 결정적으로 불리해지고 구속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여섯째, 본인의 기억은 있는 그대로 말하십시오.
술을 마셔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면 그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합니다. 추측으로 채워 넣으면 나중에 영상과 어긋나고, 그때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반대로 기억나는 부분은 구체적으로 진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앞서 본 것처럼 술에 취해 있었다는 사정은 이 유형에서 감경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그것을 방어의 축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일곱째, 부수처분을 함께 보십시오.
유죄가 확정되면 본형과 별도로 신상정보 등록이 이루어지고, 사안에 따라 취업제한과 이수명령이 더해집니다.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도 등록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빨리 끝내려고 인정하는 선택은 신중해야 합니다.
여덟째, 무고는 나중에 판단하십시오.
명백한 허위가 확인된 경우가 아니라면 맞고소는 역효과를 낳습니다. 본안 절차가 정리된 뒤에 검토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상대방에게 연락하는 것, 동석자에게 특정한 내용으로 진술해 달라고 하는 것, 대화 기록이나 사진을 삭제하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서 상황을 벗어나려고 사과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이 유형에서 특히 자주 발생하는데, 그 말이 자백에 준하는 자료로 기록됩니다.
시점별 대응 사항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하여 정리한 것이며,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유형에서 결제 내역과 이동 기록으로 상대방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상태였음을 밝혀 준강제추행 혐의를 다툰 사례, 영상을 신속히 확보하여 접촉의 경위를 설명한 사례, 동석자의 진술을 초기에 확보한 사례, 그리고 적용 조문을 다퉈 구간을 낮춘 사례를 맡아 왔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아까운 경우는 억울한 사정이 분명히 있었는데 영상이 사라지고 동석자들의 기억이 흐려진 뒤에 오시는 경우입니다. 고소 사실을 아셨다면 다른 무엇보다 자료 확보부터 서두르시고, 상대방과 동석자에게는 연락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정로 / 서울 서초동 | 형사사건, 성범죄, 학교폭력, 민사소송
FAQ
Q. 상대가 기억이 없다고 하는데 그것만으로 죄가 되나요?
A. 대법원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인정할 수 없고, 알코올 블랙아웃과 의식을 잃는 상태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당시 스스로 걷고 대화하고 결제했는지 같은 객관적 자료가 확인되어야 합니다.
Q. 세게 잡거나 밀친 것도 아닌데 강제추행인가요?
A.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폭행이나 협박이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는 없다는 기준이 세워졌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다투기는 이전보다 어려워졌고, 접촉의 존부와 경위가 쟁점이 됩니다.
Q. 저도 술에 취해 기억이 없습니다.
A.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그대로 말씀하셔야 합니다. 추측으로 채우면 영상과 어긋납니다. 그리고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는 이 유형에서 감경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영상은 언제까지 남아 있나요?
A. 매장과 건물의 영상은 보존 기간이 지나면 삭제됩니다. 고소 사실을 아신 즉시 확보를 요청하셔야 하고, 필요하면 증거보전 신청도 검토합니다.
Q. 그 자리에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A. 자백에 준하는 자료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말을 하게 된 경위와 당시 상황을 설명해 평가를 다툴 여지는 남아 있으므로 그 경위를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Q. 동석자에게 연락해도 되나요?
A. 기억나는 대로 진술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내용을 정해 주는 것은 다릅니다. 후자는 증거인멸이 되므로, 접촉이 필요하다면 대리인을 통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A. 그날의 장소와 시각을 특정하여 영상 보존을 요청하시고, 결제 내역과 이동 기록, 그날 오간 메시지를 모아 두십시오. 그리고 상대방에게는 연락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