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내 땅에 다른 사람 묘, 사용료를 받거나 이장할 수 있을까?
그 묘를 옮기게 할 수 있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요?
임야를 사고 나서 현장에 처음 가 보셨을 때, 또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땅을 정리하려고 둘러보셨을 때 봉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누구의 묘인지 아는 분도 없습니다.
이때 물으시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입니다.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옮기게 할 수 있는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둘 다 가능한 경우가 있고, 둘 다 쉽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 갈림길은 하나입니다. 그 묘에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가입니다. 인정된다면 옮기라고 할 수 없고 대신 지료를 받는 쪽으로 가야 하며, 인정되지 않는다면 법이 정한 절차를 밟아 개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 땅이니 파내면 된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형법 제160조의 분묘발굴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고, 발굴한 뒤 유골을 훼손하면 형법 제161조로 더 무거워집니다. 법원은 토지 소유권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임의 발굴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기 땅의 묘를 치웠다가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되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 묘를 옮기게 할 수 있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요
분묘기지권이 없는 경우입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3항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의 연고자는 해당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그 밖에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날이 2001년 1월 13일입니다. 대법원은 그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는 20년의 점유로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관습이 법적 규범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로 그 날 이후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라면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외형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묘기지권은 봉분처럼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춘 경우에 인정됩니다. 평장이나 암장된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설치기간이 끝난 경우입니다.
장사법 제19조는 분묘의 설치기간을 30년으로 하고, 연고자가 신청하면 1회에 한하여 30년을 연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20조는 설치기간이 끝난 날부터 1년 이내에 시설물을 철거하고 유골을 화장하거나 봉안하도록 정합니다. 다만 이 기간 제한은 2001년 1월 13일 이후 설치된 분묘에 적용된다는 점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료로 갑니다.
이 경우 옮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토지 사용의 대가를 청구할 수 있고, 그 시작 시점은 어떤 경위로 성립했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승낙을 받고 설치한 경우에는 지료 약정에 따르며, 대법원은 그 약정의 효력이 분묘 기지의 승계인에게도 미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17다271834, 271841 판결).
승낙 없이 설치하고 시효로 취득한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 청구하기 전 기간은 받지 못한다는 뜻이므로, 청구 시점을 남기는 일이 곧 돈이 됩니다.
자기 소유 토지에 묘를 쓴 사람이 이장 특약 없이 토지를 넘긴 이른바 양도형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료가 밀리면 권리 자체를 다툴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자가 지료에 관한 판결이 확정된 후 책임 있는 사유로 상당한 기간 지급을 지체하여 2년분 이상이 밀린 경우, 지상권소멸청구에 관한 민법 제287조를 유추적용하여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6850 판결). 판결 확정 이후의 지체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어떤 순서로 진행하나요?
현황을 먼저 확정합니다.
몇 기인지, 봉분의 형태인지 평장인지, 비석이나 상석에 무엇이 새겨져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비석의 문구는 연고자를 찾는 가장 빠른 단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측량으로 위치와 점유 면적을 특정하고, 국토지리정보원의 과거 항공사진으로 설치 시기를 추정합니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가 결국 모든 것을 가르기 때문에, 이 자료가 사건의 기초가 됩니다.
등기부와 매매 이력을 봅니다.
전 소유자가 그 묘의 연고자였는지, 매매계약서에 분묘에 관한 문구가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여기서 양도형에 해당하는지가 갈리고, 해당한다면 지료의 기산점이 훨씬 앞당겨집니다. 매수하실 때 특약을 넣어 두셨다면 그 문구가 그대로 근거가 됩니다.
연고자를 찾습니다.
마을 이장이나 오래 거주하신 주민, 문중 사무소가 출발점입니다. 벌초 시기나 시제 무렵에 오시는 분들을 통해 확인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고자를 찾는 것이 번거로워 보이지만, 찾고 나면 이후가 훨씬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듭니다.
협의를 먼저 시도합니다.
이장 비용의 분담, 이장 기한, 그동안의 지료 정산, 분묘 기지 부분의 매도까지 논의할 수 있습니다. 소송보다 빠르고 비용도 적습니다. 다만 구두 합의는 반드시 서면으로 남기셔야 합니다. 이장 기한과 불이행 시의 처리, 비용 부담자를 명확히 적어 두지 않으면 몇 년이 그냥 흘러갑니다.
협의가 안 되면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분묘기지권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장사법 제27조에 따른 분묘 개장 절차를 밟습니다. 연고자를 아신다면 미리 3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그 뜻을 문서로 알려야 합니다. 연고자를 알 수 없다면 공고를 하는데, 시행규칙은 중앙일간신문을 하나 이상 포함한 둘 이상의 일간신문 또는 지방자치단체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같은 내용을 2회 이상 하도록 하고 있고, 두 번째 공고는 첫 공고일부터 40일이 지난 뒤에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개장 허가를 신청합니다. 개장한 유골은 화장하여 봉안해야 하며, 임의로 다시 묻는 것은 위반입니다. 연고자가 없는 분묘의 유골은 시행령에 따라 일정 기간 봉안한 뒤 화장하여 산골하거나 자연장하는 방식으로 처리되며, 그 기간은 5년입니다. 전체적으로 넉넉히 4개월에서 5개월을 잡으셔야 합니다.
둘째는 연고자가 분묘기지권을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개장 허가가 나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다툼이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민사소송으로 갑니다. 분묘를 치우고 토지를 인도하라는 청구를 할 것인지, 아니면 권리는 인정하고 지료를 받는 쪽으로 갈 것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지료를 받기로 하셨다면 청구부터 하십시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시효취득형은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장 먼저 할 일은 내용증명으로 지료를 청구하고 그 도달 시점을 남기는 것입니다. 이 한 통을 미루신 기간은 그대로 받지 못하는 기간이 됩니다.
금액은 감정으로 정해집니다. 감정의 대상이 되는 면적을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 임야의 이용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결과를 좌우하므로 측량감정 단계부터 관여해야 합니다. 분묘기지권의 효력은 봉분 자리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수호와 봉제사에 필요한 주위 공지에까지 미치므로, 실제 점유 범위를 근거 있게 특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판결이 난 뒤의 관리가 마지막 단계입니다.
지료 판결이 확정되면 그때부터 지급 여부를 기록으로 남기십시오. 2년분 이상이 밀리면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다만 판결 확정 후의 지체여야 하므로, 언제부터 얼마가 밀렸는지를 정리해 두는 것이 나중을 위한 준비가 됩니다.
개발 일정이 있으시다면 역산하십시오.
인허가나 착공 일정이 정해져 있다면 그 시점에서 거꾸로 계산해 움직이셔야 합니다. 분묘 개장 절차만으로도 4개월에서 5개월이 걸리고, 소송으로 가면 1년을 넘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토지 매입 단계에서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이 기간이 그대로 손실이 됩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첫째, 임의로 파내거나 봉분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형사처벌 대상이며, 소유권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둘째, 벌초나 성묘를 막는 일입니다. 압박 수단으로 쓰려다 별개의 분쟁을 만듭니다.
셋째, 현장에 안내문만 세워 두고 기간이 지났으니 처리하겠다고 하는 일입니다. 통보나 공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개장은 절차 위반입니다.
넷째, 연고자를 찾는 노력 없이 무연분묘로 처리하는 일입니다. 뒤늦게 연고자가 나타나면 손해배상 문제로 돌아옵니다. 공고를 했다는 형식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질적인 확인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다섯째, 지료 청구를 미루는 일입니다. 시효취득형에서는 청구가 늦어진 만큼 그대로 손해입니다.
단계별 진행 사항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하여 정리한 것이며,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유형에서 과거 항공사진과 문중 자료로 설치 시기를 확인해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사례, 매매계약서의 문구를 근거로 양도형에 해당함을 확인해 지료의 기산점을 앞당긴 사례, 내용증명으로 청구 시점을 확보한 뒤 감정 절차에서 면적과 단가를 다툰 사례, 연고자와 협의하여 이장 비용을 분담하고 기한을 정해 마무리한 사례, 그리고 연고자를 알 수 없는 분묘에 대해 통보와 공고 요건을 갖추어 분묘 개장 허가를 받은 사례를 맡아 왔습니다. 지료 판결 이후의 연체를 관리하여 소멸청구까지 이어 간 사건도 있습니다.
땅을 매수하시기 전이라면 현장 확인과 특약이 가장 저렴한 해결책입니다. 이미 소유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임의로 손대지 마시고, 설치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부터 모으신 뒤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그 자료 한 가지로 사용료를 받을 사건인지 옮기게 할 사건인지가 갈립니다.
FAQ
Q. 제 땅인데 그냥 옮기면 안 되나요?
A. 안 됩니다. 형법 제160조의 분묘발굴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고, 토지 소유권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입니다. 반드시 절차를 거치셔야 합니다.
Q. 어떤 묘를 옮기게 할 수 있나요?
A. 2001년 1월 13일 이후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 평장이나 암장처럼 외형을 갖추지 못한 경우, 설치기간이 끝난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장사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개장할 수 있습니다.
Q. 사용료는 언제부터 받을 수 있나요?
A. 승낙 없이 설치하고 시효로 취득한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가 청구한 날부터입니다. 그러니 내용증명으로 청구 시점을 남기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이장 특약 없이 토지를 넘긴 경우라면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입니다.
Q. 연고자를 모르는데 어떻게 하나요?
A. 공고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신문이나 지방자치단체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2회 이상 공고하고, 두 번째 공고는 첫 공고일부터 40일이 지난 뒤에 하며, 전체 3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어야 합니다. 다만 형식적인 공고만으로는 부족하고 연고자를 찾는 실질적인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Q. 사용료를 안 내면 결국 치울 수 있나요?
A. 지료에 관한 판결이 확정된 뒤 책임 있는 사유로 2년분 이상이 밀리면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판결 확정 이후의 지체여야 하므로 지급 내역을 기록으로 관리하셔야 합니다.
Q. 얼마나 걸리나요?
A. 개장 절차만 통보와 공고에 3개월 이상, 허가와 실제 개장까지 넉넉히 4개월에서 5개월을 보셔야 합니다. 소송으로 가면 1년 이상 걸리는 것이 보통이므로 개발 일정이 있으시다면 역산해 움직이셔야 합니다.
Q. 땅을 사기 전에 확인할 방법이 있나요?
A. 현장을 직접 걸어 보시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그리고 매매계약서에 분묘의 존재와 처리 책임, 이장 기한을 특약으로 넣어 두시면 이후의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