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칼럼
학교폭력 야차룰 강제로 싸움을 시켰다면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합의했다는 각서는 왜 효력이 없나요?
야차룰은 장소나 규칙, 보호장구 없이 맨몸으로 싸우는 방식을 가리키는 은어입니다. 유튜브의 격투 콘텐츠에서 시작해 청소년 사이로 번졌고, 다쳐도 신고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따라붙는 것이 특징입니다. 최근에는 힘이 센 학생이 약한 학생들을 모아 서로 싸우게 만들고 그 장면을 촬영해 올리거나 파는 형태로 변질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정리해 드릴 답은 이것입니다. 서로 합의했다는 각서는 아무 효력이 없습니다.
싸움을 시킨 사람은 강요죄, 실제로 때린 사람은 폭행죄나 상해죄, 다치거나 사망에 이르면 폭행치상이나 폭행치사가 각각 성립합니다. 촬영과 유포, 승패에 돈을 거는 행위, 영상을 지워 주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그와 별개의 죄로 또 다시 성립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과 무관하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치 절차가 함께 진행됩니다.
실제 사건이 이 점을 보여 줍니다. 2026년 5월 29일 충북 청주에서 20대 여성이 야차룰 방식의 싸움을 하다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싸움을 시킨 20대 남녀 2명은 강요 혐의로 구속되었고, 실제로 때린 10대 여성 2명은 폭행치사 혐의로 입건되었습니다. 시킨 사람과 때린 사람에게 각각 다른 죄명이 붙었습니다.
당국도 움직였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6년 7월 16일 가정통신문을 배포했고, 경상북도교육청과 경북경찰청은 7월 23일 위기경보를 발령했습니다. 교육부와 경찰청은 8월에 신종 유형 발생경보 제11호를 발령하고 싸움을 주선하거나 촬영하고 유포하는 행위에 대한 조사와 심의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합의했다는 각서는 왜 효력이 없나요
첫째, 강요로 받아 낸 동의는 동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형법은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승낙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어야 합니다.
여러 명이 둘러싼 자리에서, 거절하면 자신이 맞게 되는 상황에서 고개를 끄덕인 것은 승낙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정황이 확인되면 각서 자체가 강요를 입증하는 자료가 됩니다. 야차룰 학교폭력 사건에서 각서가 가해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둘째, 자발적이었더라도 사회상규를 넘으면 인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승낙이 위법성을 없애려면 그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야 합니다. 보호장구도, 체급도, 중단시킬 심판도 없이 맨몸으로 때리는 행위는 그 범위를 넘습니다.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미리 합의한 행위라도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않으면 그 합의는 효력을 잃고 형사처벌과 학교폭력 조치가 모두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셋째, 신고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형벌권을 없앨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죄이지만, 상해죄는 그렇지 않습니다. 강요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쳤다면 피해자가 나중에 마음을 바꾸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건이 자동으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벌어진 일들
2025년 10월 대구 동구에서는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1대1로 만나기로 했다가, 구경하던 중학생들이 가담하면서 난투로 번졌습니다. 참가자들은 그 장면을 촬영해 퍼뜨렸습니다.
2026년 6월 대구 북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목을 조르는 기술을 쓰다가 학생이 기절해 구급차가 출동했습니다.
그리고 교육부는 힘이 센 학생이 약한 학생들을 모아 싸움을 붙이고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뒤 영상을 판매한 사례까지 보고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한 영상 판매, 승패에 돈을 거는 행위, 영상을 지우고 싶으면 돈을 보내라는 협박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야차룰 처벌 어떤 죄명으로?
싸움을 시킨 사람은 강요죄입니다.
형법 제324조 제1항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러 명이 둘러싸는 등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였다면 제2항의 특수강요가 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갑니다.
시키기만 하고 손대지 않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형법 제31조 제1항은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를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직접 때리지 않았다는 사정이 면책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때린 사람은 폭행죄 또는 상해죄입니다.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치거나 사망하면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형법 제262조는 폭행으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때에는 상해에 관한 조문의 예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생명에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 또는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중상해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고, 사망에 이른 경우인 상해치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청주 사건에서 적용된 폭행치사가 바로 이 경로입니다.
촬영하고 퍼뜨린 사람도 따로 책임을 집니다.
맞는 장면을 찍어 올리는 행위는 초상권 침해에 그치지 않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상으로는 사이버폭력에 해당해 별도의 유형으로 평가됩니다. 영상을 판매했다면 그 자체로 또 다른 문제가 됩니다.
승패에 돈을 걸게 했다면 도박 관련 죄가 붙습니다.
형법 제247조는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지워 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다면 공갈죄입니다.
형법 제350조는 공갈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구경만 했다고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말리지 않고 둘러싸 도망갈 길을 막았거나, 촬영을 맡았거나, 판돈을 관리했다면 단순한 목격자가 아니라 가담자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피해를 입으셨다면, 각서는 잊으셔도 됩니다.
이 유형에서 신고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약속을 어겼다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서입니다. 그러나 신고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법적으로 아무 힘이 없고, 그 약속을 지킬 의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조건을 붙였다는 사정 자체가 이 일이 놀이가 아니라 폭력이었음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자료부터 지킵니다.
각서나 그에 준하는 메시지, 싸움을 제안하고 조율한 대화방, 촬영된 영상, 구경한 학생들의 명단을 원본 그대로 남겨야 합니다. 화면을 찍을 때는 발신자와 시각이 함께 보이도록 하고, 대화방을 나가거나 지우지 않아야 합니다.
몸에 남은 흔적은 사진으로 남기고 바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진단서는 이후 절차에서 여러 번 쓰입니다. 2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가 발급되었는지는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인지를 가르는 기준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두 갈래 절차를 함께 진행합니다.
학교에 신고하면 전담기구의 조사를 거쳐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갑니다. 심의위원회는 요청이 있으면 21일 이내에 개최하는 것이 원칙이고 7일 범위에서 연장될 수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경찰에 고소할 수 있고, 117로 신고할 수도 있습니다. 두 절차는 서로를 기다려 주지 않으므로 처음부터 함께 준비하셔야 합니다.
가해 학생과 같은 공간에 있기 어렵다면 분리를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가해로 지목되셨다면, 역할부터 정확히 나눕니다.
야차룰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 이것입니다. 아이가 싸움을 제안한 사람인지, 분위기를 만든 사람인지, 실제로 때린 사람인지, 촬영을 맡았는지, 그냥 옆에 있었는지에 따라 죄명과 조치 수위가 전혀 달라집니다.
영상이 남아 있는 사건에서 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방향은 대부분 실패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평가만 더해집니다. 다투어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위력을 보였다고 평가될 정황이 실제로 있었는지, 상대방의 상해와 아이의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가담의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입니다.
그리고 만 14세 이상이면 형사책임이 있지만 19세 미만이면 소년법이 적용되어,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되어 보호처분을 받는 경우 그 처분은 전과로 남지 않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첫째, 영상이나 대화 기록을 지우는 일입니다. 증거인멸로 평가되어 훨씬 무겁게 다루어집니다.
둘째, 참여했던 학생들끼리 말을 맞추는 일입니다. 영상과 어긋나는 순간 전부 무너집니다.
셋째, 피해 학생에게 각서를 언급하며 연락하는 일입니다. 그 자체가 보복행위나 2차 가해로 평가됩니다.
넷째, 놀이였다거나 서로 합의했다는 말을 방어의 중심에 놓는 일입니다. 이 주장은 통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아이를 혼자 조사받게 하는 일입니다. 미성년자 조사에는 보호자가 함께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학교 절차만 마무리하면 끝난다고 생각하는 일입니다. 형사 절차는 따로 갑니다.
조치가 남기는 것
가해학생 조치 가운데 출석정지와 학급교체, 전학은 졸업 후 4년간 학교생활기록부에 남습니다. 사회봉사와 특별교육은 졸업 후 2년, 서면사과와 접촉 금지, 학교봉사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됩니다. 그리고 2026학년도 대입부터 학교폭력 조치사항이 모든 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됩니다.
참고로 교육부가 2026년 9월 9일 발표한 실태조사에서 피해응답률은 2.9퍼센트로 2013년 이후 가장 높았고, 신체폭력은 전체 피해 유형의 15.7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사안별로 갈리는 지점
아래 표는 실제 사건과 자문 사례를 각색하여 정리한 것이며,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야차룰은 이름만 새로울 뿐 법적으로는 이미 있던 죄들이 겹쳐 있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대응의 핵심도 새로운 법리를 찾는 데 있지 않습니다.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자료로 정확히 갈라내는 일, 그리고 각서라는 이름의 종이가 아무것도 막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빨리 확인하는 일입니다.
저희는 학교폭력 사건에서 신고 직후 단계부터 개입해 자료를 보전하고 진술 방향을 정리한 사례, 강요와 위력 행사 여부를 다투어 죄명과 조치 수위를 낮춘 사례, 촬영과 유포가 결합된 사안에서 유포 경로를 확인하고 확산을 차단한 사례, 피해 학생 측을 대리해 지속성과 강제성을 인정받고 분리와 보호조치를 이끌어 낸 사례, 전학 조치에 대해 집행정지를 받아 본안을 다툰 사례, 그리고 형사 절차와 학교 절차를 함께 정리한 사례를 다수 수행해 왔습니다. 학교폭력 사건을 별도로 다루는 전담 창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이런 일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면, 피해 쪽이든 가해로 지목된 쪽이든 확인서를 쓰기 전에 먼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남아 있는 영상과 대화 내용, 학교에서 받으신 안내문을 함께 보시면서 지금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짚어 드리겠습니다.
FAQ
Q. 서로 합의하고 각서까지 썼는데도 처벌되나요?
A. 됩니다. 승낙이 위법성을 없애려면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어야 하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야 합니다. 보호장구도 규칙도 없는 맨몸 싸움은 그 범위를 넘습니다. 강요로 받아 낸 각서라면 오히려 강요를 입증하는 자료가 됩니다.
Q. 직접 때리지는 않고 시키기만 했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가장 무겁게 다루어지는 쪽이 오히려 그쪽입니다. 싸움을 시킨 행위는 강요죄에 해당하고, 여러 명이 위력을 보였다면 특수강요로 올라갑니다.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사람은 실행한 사람과 같은 형으로 처벌한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Q. 구경만 했는데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A. 둘러싸 도망갈 길을 막았거나 촬영을 맡았거나 판돈을 관리했다면 단순한 목격자로 보기 어렵습니다. 어느 시점에 무엇을 했는지를 영상과 함께 시간 순서로 정리해 설명하셔야 합니다.
Q. 나중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건이 없어지나요?
A.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지만, 상해죄와 강요죄는 그렇지 않습니다. 다친 결과가 있다면 합의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습니다.
Q. 영상이 이미 퍼졌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먼저 원본과 유포 경로를 확인해 보전하고, 삭제와 차단을 함께 진행합니다. 촬영과 유포는 폭력 행위와 별개의 책임이 발생하고 학교폭력 절차에서도 사이버폭력으로 따로 평가됩니다. 영상을 지워 주겠다며 돈을 요구받았다면 그것은 공갈에 해당합니다.
Q. 신고하면 우리 아이가 배신자로 몰리지 않을까요?
A. 신고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고 지킬 의무도 없습니다. 서울시교육청도 가정통신문에서 서로 합의하면 학교폭력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라고 안내했습니다. 신고를 망설이는 동안 피해는 반복되고 자료는 사라집니다.
Q. 학교 조치와 형사 처벌 중 무엇이 먼저인가요?
A. 둘은 별개로 동시에 진행됩니다. 학교 절차는 심의위원회 개최 기한이 정해져 있어 먼저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고, 형사 절차는 그와 무관하게 이어집니다. 한쪽에서 한 진술이 다른 쪽 자료로 그대로 쓰이므로 처음부터 함께 준비하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