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칼럼
술먹고성추행, 실수로 만졌다가 경찰조사를 받게 된 상황이라면
술먹고성추행, 실수로 만졌을 때 경찰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술먹고성추행, 실수로 만졌을 때 경찰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술자리에서의 신체 접촉은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그 자체로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은 별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추행 행위 자체로 성립할 수 있고, 성폭력처벌법 제20조는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를 이유로 한 감경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술에 취했다는 사정이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사에서 다투어야 할 것은 취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접촉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부위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접촉했는지, 그것이 성적 의도에 따른 것인지 좁은 공간에서의 우연한 닿음인지입니다. 이 판단은 CCTV와 목격자 진술과 사건 직후의 행동으로 갈립니다.
첫 조사의 진술이 사건 전체를 정합니다. 기억이 없는 부분을 추측으로 메우거나, 사과의 뜻으로 한 말이 자백으로 기록되거나, 반대로 명백한 접촉까지 부인해 신빙성을 잃는 경우가 가장 흔한 실패이며, 벌금형이라도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됩니다.
술에 취했다는 사정이 왜 도움이 되지 않는가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폭행과 협박의 정도에 대해 대법원은 2023년 9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준을 바꾸었습니다. 종전에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고 보았으나, 이제는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여기에 더해 기습추행 법리가 있어, 폭행 행위 자체가 추행 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폭행이 선행되지 않아도 강제추행이 성립합니다. 갑자기 어깨를 감싸거나 허벅지에 손을 올리는 행위가 그 자체로 강제추행이 되는 이유입니다.
장소에 따라 적용 조문이 달라집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이나 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붐비는 술집이나 클럽, 지하철이나 버스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고, 이 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직장 회식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을 추행한 경우라면 제10조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적용되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그리고 성폭력처벌법 제20조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형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 제11조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심신상실로 인한 책임 조각도,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도 배제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 법원은 스스로 술을 마셨다는 점을 들어 주취를 감경 사유로 보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고, 오히려 만취 상태에서 타인에게 접근했다는 사정이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술을 많이 마셔 기억이 없다는 진술은 감경을 얻지 못하면서 사실관계를 다툴 수 없게 만드는 최악의 조합이 되기 쉽습니다.
유죄가 확정되었을 때 따라오는 것도 미리 아셔야 합니다. 성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어 판결 확정일부터 30일 안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와 직장과 연락처와 신체 정보와 차량 정보를 관할 경찰서에 제출해야 하고, 등록 기간은 벌금형이면 2년, 3년 이하의 징역이면 15년, 3년 초과 징역이면 그 이상으로 선고형에 따라 정해집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대한 취업제한도 함께 검토됩니다. 벌금 몇백만원으로 끝나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가 등록 대상이 되는 것에 놀라는 분이 많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실수와 추행이 갈리나요
첫째, 좁은 공간에서 스치듯 닿은 경우입니다.
붐비는 술집이나 클럽에서 지나가다 어깨나 팔이 닿은 형태입니다. 성적 의도 없는 우연한 접촉이라면 추행이 아닙니다. 쟁점은 접촉이 한 번이었는지 반복되었는지, 이동 중이었는지 멈춰 있었는지, 접촉 부위가 어디였는지입니다. CCTV가 있다면 이 판단이 비교적 빨리 끝납니다.
둘째,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붙잡은 경우입니다.
취해서 비틀거리다 옆 사람을 잡은 형태입니다. 넘어지는 방향과 잡은 부위와 잡고 있던 시간이 판단 요소가 됩니다. 균형을 잡기 위한 행동이라면 접촉이 짧고 부위가 팔이나 어깨인 경우가 많고, 반대로 허리나 다른 부위를 일정 시간 접촉했다면 다른 평가를 받습니다.
셋째, 친밀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 경우입니다.
어깨동무를 하거나 등을 두드리거나 손을 잡은 형태로, 본인은 분위기에 따른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상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입니다. 기습추행 법리상 의도가 친밀감이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벗어나기 어렵고, 상대와의 관계와 평소의 행동 방식과 그 자리의 분위기가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넷째, 회식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한 경우입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적용될 수 있고, 형사 절차와 별도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징계와 인사 조치가 따릅니다. 회사의 조사와 형사 조사가 동시에 진행되므로 두 절차의 진술이 어긋나지 않아야 합니다.
다섯째, 서로 취한 상태에서 있었던 일인 경우입니다.
양쪽 모두 만취해 기억이 불완전한 형태입니다. 상대의 진술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객관적 자료가 더욱 중요해지고, 동석자의 진술과 결제 기록과 이동 경로가 시간대를 복원하는 자료가 됩니다.
여섯째, 본인은 기억이 전혀 없는 경우입니다.
블랙아웃 상태여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형태입니다. 가장 대응이 어렵습니다. 기억이 없다는 이유로 추측해 진술하면 나중에 자료와 어긋나 신빙성을 잃으므로, 기억나는 범위와 기억나지 않는 범위를 정확히 나누어 진술하고 객관적 자료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일곱째, 사건 직후 사과했거나 합의금을 언급한 경우입니다.
미안하다고 말하거나 돈으로 해결하자고 한 대화가 남아 있는 형태입니다. 사과는 인정의 증거로 해석되기 쉽습니다. 다만 사과의 맥락이 접촉 사실 자체에 대한 것인지 불쾌감을 준 데 대한 것인지에 따라 달리 볼 여지가 있으므로, 대화 전체를 정리해 맥락을 보여야 합니다.
경찰조사 전에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임하나요?
조사를 앞둔 분이 가장 먼저 하실 일은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적어 보는 것입니다. 몇 시에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마셨고, 좌석은 어떻게 앉았으며, 언제 자리를 옮겼고, 문제된 시점 전후에 무엇을 했는지를 기억나는 대로 적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비워 둡니다. 이 빈칸을 추측으로 메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드 결제 내역과 택시 기록과 휴대전화의 위치 기록과 메시지가 이 빈칸을 채울 객관적 자료이며, 이 자료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므로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고소 내용을 확인합니다. 경찰 수사서류 열람·복사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정보공개포털로 청구하면 고소인의 개인정보와 증거 자료를 제외한 혐의사실 부분을 볼 수 있고, 청구일부터 10일 안에 결정되므로 출석일 2주 전에는 청구해 두어야 합니다. 상대가 주장하는 시점과 장소와 접촉 부위를 알아야 그에 맞추어 준비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다투는지 모른 채 조사실에 들어가면 질문에 즉흥적으로 답하게 되고, 그 답이 조서에 남습니다.
조사에서의 진술은 세 가지 원칙을 지킵니다. 첫째, 기억나는 것과 기억나지 않는 것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기억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추측해서 말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둘째, 접촉 사실 자체와 성적 의도를 나누어 진술합니다. 신체가 닿은 사실이 있다면 그것을 부인하지 말고, 그 접촉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설명하는 데 집중합니다. CCTV에 남아 있는 접촉을 부인하면 그 순간 모든 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집니다. 셋째, 술에 취했다는 사정을 방어의 중심에 두지 않습니다. 앞서 본 대로 감경 사유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억이 없다는 말이 곧 다툴 수 없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술먹고성추행 사건에서 변호사가 하는 일은 이 세 가지를 조사 전에 함께 정리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주장과 확보한 자료를 대조해 다툴 수 있는 부분과 인정해야 하는 부분을 나누고,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로 진술할지를 정하며, CCTV나 목격자 진술 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수사기관에 요청합니다. CCTV는 보존 기간이 짧아 며칠에서 몇 주 만에 사라지므로 이 요청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합의를 검토하는 시점과 방식도 중요합니다. 강제추행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합의해도 사건이 자동으로 종결되지는 않지만, 처벌불원 의사는 기소 여부와 양형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사실관계를 다투면서 동시에 합의를 시도하는 것은 순서와 방법을 잘못 잡으면 인정으로 해석됩니다. 다투는 사안이라면 합의 시도의 시점과 표현을 신중히 정해야 하고, 인정하는 사안이라면 조사 전에 진지한 사과와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합의가 어려우면 공탁을 검토합니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상대에게 직접 연락해 취하를 요구하거나 설득하려는 행동은 2차 가해나 협박으로 평가되어 별도의 사건이 됩니다. 동석자에게 진술을 맞춰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증거인멸이 됩니다. 사건 관련 메시지나 사진을 삭제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고, 삭제 사실은 복구를 통해 드러납니다. 조사 출석을 미루거나 연락을 피하는 것은 도망의 염려로 평가됩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상대를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올리는 것은 명예훼손으로 이어집니다.
사안별로 갈리는 지점
아래 표는 실제 사건을 각색하여 정리한 것이며,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다툴 수 있었던 사안인데 첫 조사에서 기억이 없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해 스스로 사실관계를 굳혀 버린 경우입니다. 반대로 접촉 사실은 인정하되 그 경위와 맥락을 자료로 설명하고, 인정할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한 사건은 기소유예나 낮은 처분으로 정리되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형사 분야에서 술자리 신체 접촉 사건을 다수 수행해 왔습니다. CCTV 확보를 통해 우연한 접촉임을 밝혀 무혐의를 받은 사례, 기억이 없는 의뢰인의 진술 범위를 정리해 과장된 주장을 걷어낸 사례, 사과 문자의 맥락을 대화 전문으로 소명한 사례, 회식 사건에서 형사 절차와 회사 징계 절차를 함께 대응한 사례, 그리고 접촉을 인정하는 사안에서 합의와 공탁으로 기소유예를 받은 사례를 다루어 왔습니다. 성만욱 변호사를 비롯해 음주 관련 형사 사건을 오래 다루어 온 변호사들이 상담부터 조사 동석까지 함께합니다.
경찰에서 출석 요구를 받으셨다면, 기억나는 범위를 적은 메모와 카드 결제 내역,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 동석자 명단을 가지고 오시면 무엇을 다툴 수 있고 무엇을 인정해야 하는지, CCTV를 언제 어떻게 확보할지부터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술먹고성추행 사건은 첫 조사 전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고, 조사가 이미 끝난 경우라도 검찰 단계에서 바로잡을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FAQ
Q. 정말 실수로 닿은 것도 처벌되나요?
A. 성적 의도 없는 우연한 접촉은 추행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우연이었음을 보여 주는 것은 결국 자료입니다. 접촉의 부위와 시간과 반복 여부, 그 순간의 동선이 판단 기준이 되므로 CCTV와 목격자 진술을 빨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술에 취해 기억이 없으면 감경되지 않나요?
A. 성폭력처벌법 제20조는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실무에서도 주취는 감경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기억이 없다는 진술은 다툴 기회만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Q. 폭행이나 협박을 한 적이 없는데 강제추행인가요?
A. 대법원은 폭행 행위 자체가 추행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별도의 폭행이 선행되지 않아도 강제추행이 성립한다고 봅니다.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요구되는 폭행과 협박의 정도도 완화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 자체가 문제되는 이유입니다.
Q. 벌금형이면 기록이 남지 않나요?
A. 성폭력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어 확정일부터 30일 안에 신상정보를 제출해야 하고, 벌금형의 등록 기간은 2년입니다. 사안에 따라 취업제한도 검토되므로 벌금이라고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Q.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강제추행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처벌불원 의사는 기소 여부와 양형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안이라면 합의 시도의 시점과 표현을 신중히 정해야 인정으로 해석되지 않습니다.
Q. 고소 내용을 미리 볼 수 있나요?
A. 정보공개포털로 청구하면 고소인의 개인정보와 증거 자료를 제외한 혐의사실 부분을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습니다. 청구일부터 10일 안에 결정되므로 출석일 2주 전에는 청구하셔야 합니다.
Q. 상대에게 연락해서 오해를 풀면 안 되나요?
A. 직접 연락은 피하셔야 합니다. 설득이나 사과의 의도였더라도 2차 가해나 협박으로 평가되어 별도의 사건이 되고, 구속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의사 전달이 필요하다면 변호사를 통해야 합니다.
